1. 문제의 제기
혼인생활 도중 배우자 일방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 그 부정행위의 상대방인 제3자는 간통죄가 폐지되어 형사상 책임은 물을 수 없으므로 민사상 책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부정행위의 상대방은 피해 배우자에 대하여 혼인의 본질인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하였으므로 원칙적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부정행위를 한 유책 배우자와 상간자인 제3자는 피해 배우자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위자료)을 부담하는데, 이들 상간자의 책임은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3므2441 판결).
그런데 이러한 경우 상간자인 제3자의 책임은 배우자들 사이의 이혼 소송에서의 책임유무에 관한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6678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즉 판결 요지는 만약 배우자들간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법원에서 가해 배우자의 부정행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 배우자 역시 가해 배우자를 지속적으로 추궁하고 폭언·폭행을 행사한 점 등의 사유를 들어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은 쌍방 대등하다’ 는 이유로 서로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기각되었다면, 피해 배우자의 제3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판단 결과와 그 법리는 다음과 같다.
2. 대법원의 판단내용과 논거
가. 판단 내용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부부 쌍방의 책임이 대등한 경우, 쌍방이 본소 및 반소의 방법으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는 모두 기각하게 된다(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므1273, 1280 판결 참조). 그런데 이러한 경우 원심판결은 부부 일방이 주장한 가해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부정행위가 인정되었음에도 그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된 경우에는 그 상대방인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 논거는 만약 제3자에게 위자료 책임을 인정한다면, 제3자는 위자료를 지급한 후 다시 공동으로 부정행위를 한 가해 배우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혼소송에서 부부 쌍방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한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상고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원고(피해 배우자)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나. 대법원 판단의 논거
이렇게 이혼소송에서 가해 배우자의 위자료 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면, 그 상대상간자인 제3자의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① 피해 배우자가 가해 배우자를 상대로 부정행위로 인한 혼인 파탄을 주장하며 위자료 청구를 하였으나, 법원이 혼인관계 파탄에 대해 부부 쌍방의 책임 정도가 대등하다고 판단하여 위자료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 이는 부정행위 상대방인 제3자의 피해 배우자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 역시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②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는 부정행위 등 개별 유책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결과에 있으므로, 부부 일방에게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을 오로지 지울 수는 없다.
③ 이렇게 부정행위를 한 가해 배우자의 손해배상 의무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가해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가담한 제3자에게도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대법원 판결은 법률상 배우자인 가해 배우자의 위자료 지급 책임을 부정하면서, 가해 배우자보다 책임의 정도가 결코 무겁다고 볼 수 없는 제3자에 대하여만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한다는 것은 형평에도 반한다는 이유를 기본적인 논거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검토 및 판결 논지 비판
가. 실무대책
위 대법원 판결은, 부정행위를 한 가해 배우자와 상간자인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각 손해배상 의무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즉, 주된 채무자 격인 가해 배우자의 손해배상 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는 제3자의 의무 또한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가해 배우자와 제3자의 부정행위는 공동불법행위이고, 피해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책임은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이다. 그렇다면 피해 배우자의 가해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 없다는 판결의 효과는 제3자의 피해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채무에도 미치므로 그 책임 또한 공동 면책된다는 논지이다.
따라서 피해 배우자의 부정행위 상대방(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먼저 가해 배우자가 포함된 부부간 이혼 소송의 판결 결과, 즉 혼인 파탄의 책임 소재를 어떻게 판단하였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실무업무 처리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 된다. 관련 이혼 판결에서 부부 쌍방의 책임이 대등하다는 이유로 위자료 청구가 기각되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상간자인 제3자에 대한 위자료청구 역시 기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나. 판례 비평
그러나 위 판례의 논지를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혼 소송이 제기된 부부 사이에는 쌍방의 책임이 대등하게 될 사유가 있어 부정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가 기각될 수는 있지만, 그 상대방인 제3자의 경우는 피해 배우자와 책임을 대등하게 볼 사유는 있을 수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타인의 혼인관계를 일방적으로 침해한 불법행위 사실이 명백한 상간자인 제3자가 함께 상간한 가해 배우자가 피해 배우자로부터 입은 피해 사정만으로 그 책임이 면책된다는 판단은 아무래도 의문이다. 부부 쌍방의 책임이 대등하게 될 사유는 피해 배우자와 가해 배우자간의 개별적인 사유이지 제3자의 책임을 면제할 사유는 아니기 때문이다. 부진정연대채무의 논리만 일방적으로 고집할 것이 아니라 민사법의 대원칙인 자기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개별적 유책사유는 사안별로 따져서 각 가해자의 책임 유무를 개별화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