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탁과 유언의 장단점 검토
가. 신탁재산의 독립성과 원본재산의 보전
신탁재산은 위탁자와 수탁자의 고유재산과는 분리되는 재산이므로 신탁전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권리나 신탁사무처리상 발생한 권리가 아닌 한,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 국세등 체납처분이 금지된다(신탁법 제22조). 이러한 신탁재산의 독립성은 신탁등기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그 범위는 등기된 신탁원부의 계약내용까지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원칙적으로 신탁재산이 누구에게 귀속된다는 사실에 한정하여 대항력이 있을 뿐이다(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90228 판결)
이 경우 위탁자의 채권자들은 강제 집행할 수 있는 책임재산이 줄어들게 되므로 이러한 신탁의 도산절연기능이 채권자를 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사해신탁으로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신탁법 제8조). 사해신탁 취소의 경우 민법 제460조 제2항의 제척기간 적용이 있어 제척기간의 기간이 지났거나, 사해의도가 없는 한,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이나 체납처분을 할 수 없어 신탁계약의 내용대로 수익자에 대한 수익권은 확실히 보장될 수 있다.
반면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였더라도 유언자가 생전에 상속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자유롭게 사용·수익·관리 및 처분할 수 있다. 다만 상속인이 채무를 부담할 경우 채권자들에 의해 대상 재산이 강제집행으로 소멸 또는 줄어들 수도 있어 유언내용대로 재산권의 이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계약서에는 통상 ‘신탁계약이 신탁 원본 및 이익의 보전을 보장하지 아니하고 원본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신탁재산의 운용으로 발생되는 수익 및 금융기관의 귀책사유 없는 손실은 전부 위탁자 또는 연속수익자에게 귀속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유언공정증서와 달리, 유언자의 채무발생 등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신탁회사의 파산이나 IMF 사태 등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상속재산 자체가 손실을 입어 원본신탁재산이 보전되지 않을 위험도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과 달리,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위탁자의 생전에 제3자(신탁회사)에게 이전된다. 부동산 신탁의 경우 신탁사실이 등기사항증명서(신탁원부 포함)로 제3자에게 공시된다. 이로써 신탁계약의 내용이 노출되고 위탁자와 상속인 사이에 갈등이 야기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유언의 경우 제3자에게 공시되지 않고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 상속인들도 유언내용을 알 수 없다.
나. 비용 문제
현재 유언대용신탁의 통상적인 수탁인은 은행인 경우가 많은데, 그 홈페이지에서 안내된 유언대용신탁의 수수료의 내역을 살펴보면, 계약보수가 신탁재산가액의 0.5%~1%, 집행보수가 0.75%~1.5%, 관리보수가 연 보수 신탁원본평균잔액의 연0.3%~연1%, 부동산 및 기타는 개별 계약으로 나와 있다.
따라서, 상속재산가액이 20억 원인 경우, 유언대용신탁의 비용은 최소한 2500만 원, 상속재산가액이 100억 원인 경우 최소한 1억2500만 원(상속재산 대비 1.25%, 관리보수 등별도)정도 이다. 반면에, 유언공증의 수수료는 최대 상한선이 300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러나 단순한 내용의 유언이 아닌 경우, 유류분의 분쟁을 미리 예방하고, 사정에 따른 적합한 내용의 유언서를 작성하는데 변호사 비용이 소요되고, 또 상속재산의 유지, 유언집행에도 별도의 비용이 소요되므로 300만원만으로 단순 비교할 것은 아니다. 또 유언뿐만 아니라 유언대용신탁도 유류분 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유류분소송이 제기되거나, 신탁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수탁은행이 고액의 소송비용(변호사 보수 등)나 막대한 중도해지 수수료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 분쟁 가능성의 문제
유언공정증서는 공증사무소에서 유언자의 치매 유무, 유언 방식에 따른 요건 등을 검토하고, 유언자와 증인 2명 앞에서 증서의 내용을 설명·낭독하는 등 요식절차에 따라 작성하므로 무효가 될 가능성은 많이 줄어 든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많은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신탁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위탁자의 의사능력을 이유로 계약이 무효란느 이유로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신탁계약서 등의 내용이 어렵고 복잡하여 위탁자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하는 불완전판매의 위험도 많다.
이로 인해 위탁자의 생전 의사와 달리 일반적인 법정비율에 따른 상속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대법원2024.4.16. 선고 2022다307294 판결). 게다가 최근 은행, 증권 등 국내 최고의 공신력 있다는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도 적지 않다.
신탁법은 유언대용신탁재산과 유류분의 관계에 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지는 않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원심법원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신탁재산을 포함하여 한 유류분 계산은 정당하고 신탁의 설정이 유류분 권리를 침해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대법원 2024. 7. 11. 선고 2019다294466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1. 9. 선고 2021나2051264 판결에서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신탁재산을 산입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유류분 산정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유언과 유언대용신탁은 차이가 없다.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계약·관리·집행 보수 이외, 위탁자 생전에도 사해행위취소청구가 가능하고, 위탁자의 사망 후 상속인 등이 유언대용 신탁계약의 무효로 주장할 수도 있으므로 이 점에서는 유언공증의 방법이 대체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라. 세금 문제
기본적으로 신탁재산의 독립성에 의하여 신탁재산은 법리 구조상 위탁자의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 신탁방식이 절세의 방안으로 오인될 소지도 있었다. 그러나 2020년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2021. 1. 1. 이후 상속 개시분부터 신탁법 제59조의 유언대용신탁과 신탁법 제60조의 수익자연속신탁은 상속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언대용신탁 등은 원칙적으로 증여세가 아닌 상속세의 과세대상이 된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에 있어 위탁자 사후의 수익자는, 사인증여의 경우와 달리 신탁법상 상속권을 취득한 것으로 평가되어 원칙적으로 위탁자 사망 시점의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게 된다. 상속세 이외 신탁재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귀속시점, 수익권의 내용, 위탁자의 지배통제 정도에 따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상속대용신탁에서 위탁자가 신탁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느냐 여부에 따라, 소득세 귀속 주체와 증여·상속세 과세 시기·유형이 크게 갈린다. 이때 “위탁자의 실질적 지배·통제”는 주로 다음 권한, 즉 ①신탁 해지권, ②수익자 지정·변경권, ③신탁 종료 후 잔여재산 귀속권, ④그 밖에 계약 구조상 사실상 위탁자가 신탁재산 운용·처분을 좌우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된다.
먼저 (1)위탁자 생전에는 ①소득세의 경우, “비지배형” 신탁은 신탁소득은 수익자가 소득세(또는 법인세)를 납부하고, “지배형” 신탁은 신탁소득은 위탁자에게 실질 수익자로 취급하여 소득세(또는 법인세)를 부과하고, ②증여세의 경우 “비지배형” 신탁은 수익자가 원본 또는 수익을 실제 수령할 때 증여세 과세하고, “지배형” 신탁은 형식상 수익자 지정만으로는 증여완료 인정이 지연되어 실제 지급 시점에 증여세가 과세되고, 그 전까지의 소득은 위탁자에게 과세한다.
(2) 위탁자가 사망한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신탁법」 제59조의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의 수익자연속신탁을 “상속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들 신탁을 통하여 수익권을 취득한 자는 상속세 과세대상이 되는 수유자로 본다. 따라서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사망으로 인한 재산 이전”을 과세대상으로 하므로, 위탁자가 생전 실질지배를 유지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사망으로 인해 수익권·잔여재산 귀속이 확정되는 부분은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 즉 유언대용·수익자연속 형태의 상속형 신탁은 원칙적으로 증여세가 아니라 상속세 영역에서 처리된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생전에 수익자 변경권을 보유하거나 신탁행위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강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신탁법 제59조에 도 위탁자가 수익자를 변경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 따라서 실무상 위탁자가 사실상 재산을 계속 지배하는지, 신탁의 실질을 판단한다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상속 및 증여세법은 제2조에서 상속의 정의에 유언대용신탁이 포함되고, 사후수익자를 수익자로 보아 위탁자가 신탁한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본다는 간주규정을 명문으로 두어 신탁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과세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세법에서는 그러한 규정이나 상속세법 준용규정이 없고, 상속세와 취득세는 그 과세대상과 목적이 달라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취득세 부과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규정을 바로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취득세의 경우 사후수익자가 취득하는 권리에 따라서 세목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수익하는 권리가 상속재산(신탁재산 원본)의 소유권이면 취득세를 부담하고, 수익권(예컨데 신탁재산의 매각대금)인 경우에는 취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두33790 판결).. 이점에서 취득세 정도는 절세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4. 결어
이상에서 상속자산 승계의 방법으로 대표적인 유언공정증서와 유언대용신탁을 비교해서 대해 살펴보았다. 유언공정증서는 정확성과 간명성을 보유하고 공증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며, 유언자의 생전에는 상속재산 소유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피상속인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자기신탁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진 경우와 동일하게 사용, 수익하다가 사망한 이후에는 부동산을 처분하고 그 매각대금을 사후수익자들에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피상속인의 의사에 부합되게 상속재산을 관리 처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계약내용이 복잡하고, 비용이 다소 소요되는 점, 채권자취소권, 무효소송, 생전의 유언내용이 공개되어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많고, 수탁자가 도산할 경우 어려움이 있는 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탁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조세부과처분 등을 방지할 할 수 있어 신탁재산의 독자성을 유지할 수 있어 생전 재산관리에는 유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상속세 부담의 문제에서는 유언대용신탁이 취득세 이외 세금을 절감하는 효과는 유언의 경우 보다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개별 사정에 맞게 합리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고 어떤 방안을 선택하더라도 당사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