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농지법과 종중의 농지취득(1)

당초 농지개혁법과 현행 농지법은 직접 경작하지 않는 자는 농지를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종족 단체로서 비법인 사단으로서 재산권을 보유하고 등기까지 할 수 있는 종중은 농지를 취득할 수 없다.

그런데 부동산실명법, 민법 등에는 예외 조항이 있으므로 종중의 농지취득이 가능한지 여부는 현실적으로 법령제도와 법논리가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현행 농지법과 부동산실명법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종중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지의 가부를 검토하고 사실상 보유하고 있는 신탁된 농지의 이득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1. 농지의 직접 취득 가부

가. 헌법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라고 규정하여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는 제헌헌법 이래 우리 헌법이 여러 차례의 개정되어 오면서도 유지해온 기본원칙이다.

나. 농지개혁법

(1) 자연인 농지 취득 금지와 판례

           농지개혁법은 일체의 농지에 대한 소작, 임대차, 위탁경영 등을 금지하고(제17조), 농지는 농가만이 소유할 수 있음을 전제로 농가 이외의 자의 농지 소유를 금지하였다. 또 농가를 ‘가주(家主) 또는 동거가족이 농경을 주업으로 하여 독립생계를 영위하는 합법적 사회단위를 칭한다’고 정의함으로써(제3조),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나 법인격 없는 사단, 즉 종중의 농지 취득을 금지하였다.

판례도 위 규정에 따라 자연인 아닌 단체의 농지취득을 금지하는 판단을 하여 왔다(대법원 1955. 3. 31 선고 4287민상119 판결, 1965. 11. 16 선고 65다1800 판결, 1976. 5. 11. 선고 75다1427 판결, 1989. 5. 23. 선고 88다카533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법인격 없는 사단인 종중도 당연히 농지개혁법상 그 명의로 농지를 취득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이에 반하여 이루어진 종중 명의의 농지등기는 실체에 부합하지 않는 무효의 등기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59. 10. 29. 선고 4292민상165, 166 판결, 1976. 5. 11. 선고 75다1427 판결, 1994. 9. 13. 선고 93다52501 판결, 2000. 8. 22. 선고 99다62609, 62616 판결, 2007. 5. 10. 선고 2007다3612 판결 등 참조).

(2)  예외

  ① 위토

           다만 농지개혁법은, 분묘를 수호하기 위하여 종전부터 소작료를 징수하지 아니하는 기존의 위토(位土)로서 1기의 분묘당 2반보(600평) 이내의 농지에 대해서는 그 법에 의한 매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제6조 제7호). 이에 따라 농지개혁법시행규칙은, 구청, 시청 또는 군청에 위 법 규정에 정한 위토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 ‘위토대장’을 비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위토대장에 등재하고자 하는 자는 묘주의 주소, 성명, 위토의 표시(지번, 지목, 지적 및 주 재배작물), 분묘의 소재지, 묘위와 묘주와의 관계, 분묘의 수호조건, 수호자의 주소, 성명, 위토의 설치 연월일을 기재한 신청서를 위 규칙 공포일로부터 20일 이내에(1950. 5. 18. 까지) 농지소재지 읍ㆍ면장을 거쳐 구청장, 시장 또는 군수에게, 증명서류를 첨부하여 신청하여야 한다. 위 신청을 받은 후라야 위토대장에 등록할 수 있다(제11, 12조).

           따라서 농지개혁법하에서 종중은 원칙적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없고, 농지개혁 당시 위토대장에 등재된 기존 위토인 농지에 한하여 당해 농지가 위토대장에 등재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위토대장 소관청 발급의 증명서를 첨부하여 종중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을 뿐이다.

② 등기 선례

           종중이 농지에 대하여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위 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한 경우에는 종중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없다(1994. 6. 20. 등기선례 4-45호, 2000. 10. 16. 등기선례 6-571호 참조).

다. 농지법

(1) 원칙

           종전 농지개혁법과 여러 관련 법률이 현행 농지법으로 흡수, 통합되어 1996. 1. 1. 부터 농지법이 시행되었다. 농지법 시행 이전에는 농지개혁법을 기본으로 하고 이를 보조하는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1972. 12. 18. 법률 제2373호), 농지임대차관리법(1986. 12. 31. 법률 제3888호),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1990. 4. 7. 법률 제4228호)이 있었다. 이러한 법률들서도 경자유전의 원칙은 그대로 유지되어, 자경(自耕)을 위한 목적 이외의 농지 소유나 법인 또는 법인격 없는 사단의 농지 취득 및 보유는 금지되었다.

  (2) 예외

  ① 주말농장

           그런데 현행 농지법은 농지 소유규모의 제한을 상향하고, 일정한 요건하에 농지의 임대차ㆍ사용대차 및 위탁경영 등을 허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비농업인이라도 주말ㆍ체험영농 목적으로 한, 1천㎡ 미만의 농지 소유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② 영농조합법인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업인(농업에 종사하는 개인) 또는 농업법인(‘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라 설립된 영농조합법인과 같은 법 제19조에 의한 농업회사법인)이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농업을 영위하기 위한 농지의 취득, 보유는 허용하고 있다. 그 외는 법인이나 단체의 농지 취득은 그대로 금지하고 있다.

   ③ 위토

           농지법은 기존 농지개혁법 하에서 인정된 위토가 아닌 한, 새로운 위토의 설정을 전혀 예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부칙 제5조, 1999. 4. 30. 등기선례 6-23호 참조). 따라서 현행 농지법 하에서도 농업인이나 농업법인도 아닌 종중은 어떤 목적이든 원칙적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없다. 이는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④ 600평 이내 묘토인 농지

           민법은 묘지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08조의3). 따라서 종중이 그 묘토와 관련된 자의 제사를 주재하는 경우에는 이에 따라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를 승계ㆍ취득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농지법 제6조 제4항에는 “이 법에서 허용된 경우 외에는 농지 소유에 관한 특례를 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민법 제1008조의3에 의한 승계ㆍ취득을 특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민법 제1008조의3의 규정은 상속에 준하여 농지법의 다른 규정에 불구하고 종중의 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특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당초 민법 제996조에는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백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등의 소유권을 호주상속인이 승계한다고 규정하였다. 그 이후, 1990. 1. 13. 이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제1008조의3의 규정을 신설하였다. 따라서 종중이 농지를 민법 제1008조의3의 규정에 의하여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 종중의 농지 취득 범위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형 농지법 하에서는 기존에 위토(位土)로 인정 받은 1기의 분묘당 2반보(600평) 이내의 농지 이외는 종중이 농지를 적법하게 그 명의로 직접 취득할 수는 없음은 제 법령 규정상 분명하다.

2. 농지에 대한 종중의 명의신탁 가부

가. 판례법상 명의신탁 제도

           일제 강점기를 전후하여 근대적 부동산등기제도가 도입되었지만, 그 법제상 1930년 조선부동산등기령과 그 시행규칙이 개정되기 전까지 권리능력이 없는 종중은 그 명의로 권리를 취득하거나 부동산의 등기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종중은 종손이나 종중 대표자의 명의로 사정(査定)을 받거나 등기(登記)를 하는 명의신탁 방법이 활용되었는데 이는 당시 판례상으로도 그 유효성이 인정되었다.

           우리 법원은 왜정당시의 조선고등법원 이래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명의신탁이 금지되기 전까지는 명의신탁의 유효성은 판례법상 제도로 인정되었다. 즉 대내적 관계에서는 명의신탁자인 종중이 소유권을 보유하되, 대외적 관계에서는 명의수탁자가 소유권을 보유한다고 해석되었다(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34127 판결, 1994. 10. 25. 선고 94다29782 판결, 1997. 2. 25. 선고 96다9560 판결, 1998. 9. 8. 선고 98다13686 판결, 2002. 7. 26. 선고 2001다7673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일본 민법과 같이 의사주의(意思主義) 원칙에서는 적용 가능한 법리이지만 등기를 소유권 취득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1960년 이후 형식주의(形式主義)를 취하고 있는 우리 민법에서는 논리적인 모순이 발생하고 또 사실상 투기, 탈세에 이용되기 쉬운 제도였다. 그러나 관습상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명의신탁제도를 일거에 부인할 수는 없어 민법 제정이후에도 판례가 그 유효성을 인정해 온 것이다. 이 경우 명의신탁자인 종중은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명의수탁자에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하게 된다.

  나. 농지법과 종중 명의신탁의 효력

           종중은 농지개혁법과 농지법하에서 원칙적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없다. 다만 농지개혁법 시행 당시에도 그 법률에 따른 위토의 요건을 갖춘 농지를 적법하게 취득할 수 있으므로, 종중이 그러한 요건을 갖춘 위토로 사용하기 위하여 농지를 취득하여 종중 외의 자의 명의로 등기한 경우, 그 명의신탁은 법령상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이후에 공포, 시행된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도 유효하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59871 판결 참조).

그러나 농지개혁법 시행 당시 허용된 위토가 아니었다면 농지개혁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명의신탁은 무효이므로 명의신탁자는 신탁계약을 해지하여도 그 농지의 반환(인도나 소유권이전등기)을 청구할 수 없고, 따라서 농지개혁법 제6조 제7호 소정의 기존의 위토인 농지를 제외한 농지에 대한 명의신탁은 농지개혁법이 시행됨으로써 모두 효력을 잃게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관계는 소멸되어 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대법원 1991. 10. 22. 선고 91도1397 판결,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1999. 2. 8. 등기선례 6-475호 등 참조).

 다. 종중의 명의신탁

           현행 부동산등기법은 법인격 없는 사단인 종중에 대해서도 등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제26조). 또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종중이 조세 포탈이나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종중 이외의 자의 명의로 등기하여 소유권을 보유하는 명의신탁은 허용하고 있다(제8조 제1호).

① 농지의 명의신탁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현행 농지법상 종중의 농지 소유는 이전에 위토의 요건을 갖춘 농지를 적법하게 취득하는 외에는 새로이 취득, 소유할 수는 없다. 따라서 종중은 농지법아래서 기존의 위토가 아닌 한 직접 자신의 명의로 농지를 취득할 수 없음은 물론 명의신탁을 통해서도 취득, 보유할 수 없다. 이러한 명의신탁을 활용한 농지 취득은 탈법행위가 되므로 대법원 91도1397 판결 등의 법리가 적용되어 명의신탁은 무효가 된다.

그렇다면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신탁 농지는 명의수탁자, 또는 매도인의 소유가 된다, 이는 위토의 목적인 경우나 농지에 대한 기존의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에 따라 확정판결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한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1999. 2. 8. 등기선례 6-475호 참조).

위토 인정

           위와 같이 종중은 농지개혁법 발효 당시 위토의 요건을 갖춘 농지를 취득, 보유한 경우 외에는 자신의 명의로든 타인의 명의로든(명의신탁 방법) 이를 취득, 소유할 수 없다. 또 민법 제1008조의3의 개정 경위를 고려하면 민법 시행 이전 명의신탁된 경우가 아니라면 종중이 위토로서 농지를 취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종중은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의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농지에 대한 명의신탁은 사실상 무효이고, 그 결과 명의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러한 경우 법령상의 제한에 의해 명의신탁 재산의 원물반환이 불가능한 경우에 준하여 그 객관적 가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74690 판결, 2009. 7. 23. 선고 2009재다516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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