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부부재산계약은 장래의 재산분할 내용을 직접 확정하는 효력은 없지만, 규정 내용에 따라 재산분할의 구체적인 내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
3. 우리 민법상 혼전계약과 프리넙의 효력
가. 부부재산계약의 효력범위
혼인 전 예비부부가 혼인성립 이후의 각자 보유재산에 대한 소유, 관련, 처분, 분할 등 재산관계 전반에 관하여 자유롭게 약정한 경우 민법상 요건{혼인성립(신고) 전 약정 등)}을 구비하면 원칙적으로 약정한 대로 효력이 발생합니다.
① 재산의 귀속에 관한 약정도 민법 제836조의 규정에 우선하여 적용됩니다.
② 재산의 관리, 사용, 수익에 관한 약정은 민법 제831조(별산제)의 적용을 배제합니다.
③ 생활비용 부담에 관한 약정도 제837조(공동부담)에 우선하여 적용됩니다.
④ 이러한 약정의 효력은 약정당사자 간, 즉 부부 사이에는 바로 효력이 발생하지만 외부의 제3자(채권자 등), 승계인(상속인 등)에 대하여는 등기하지 않으면 대항할 수 없습니다. 이는 법원의 승인을 얻어 부부재산계약을 변경할 때도 같습니다.
나. 이혼시 효력
이러한 부부재산계약은 혼인이 계속되는 동안(혼인중)에는 유효하지만 혼인이 해소된 경우(이혼, 사망)에 효력이 없다고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혼시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부부 각자 소유하는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유재산이라 할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해서 그 감소를 방지했거나 그 증식에 협력한 인정되는 경우(기여한 부분)에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므1020 판결).
따라서 혼전계약으로 이혼시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약정하였더라도, 이혼시 재산분할에는 혼인 중 공유재산 및 기여분의 청산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자력없는 타방을 부양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혼전계약 내용이 외국처럼 그대로 분할내용이 될 수 없습니다. 즉, 재산분할에 관한 프리넙 약정은 우리 민법과 판례 하에서는 약정한 그대로 효력을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에 대해 부부재산계약의 실효성은 이혼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만약 이혼할 때는 효력이 없다고 하면 부부재산약정 제도 자체가 무용해지므로 그 내용에 민법 제103조 등이 적용되는 불합리한 부분 이외는 그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민법도 부부재산약정 규정은 있지만, 재판상 이혼시에는 법원에서 직권으로 재량에 따라 재산분할을 해주기 때문에 혼전계약이 일반화되지 않고 거의 사문화되었다며, 프리넙이 도입되면 자칫 재산이 현저히 적은 한쪽 당사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불리한 내용의 계약을 하게 되고, 이로써 이혼할 때 재산을 전혀 못 받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위 의견에 반대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행 우리 민법상 프리넙은 민법 규정과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강제력을 직접 담보할 수는 없는 계약입니다. 그렇지만 이혼시 법원에서 프리넙이나 부부재산약정의 실태와 사정이 참작사유로 많이 고려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약정임엔 분명합니다.
나. 해외의 경우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프리넙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프리넙의 효력을 인정하여 프리넙 약정 자체가 이혼시 재산분할에 직접 효력을 발생합니다. 이러한 프리넙 약정이 부부 사이의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재산에 대한 권리를 미리 조정하기 때문에 혼인관계의 보호와 가정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3번의 결혼과 2번의 이혼을 하였는데, 재혼을 앞두고 매번 ‘혼전계약서(prenuptial agreement, ‘프리넙’)’를 썼다고 합니다. 그는 저서 귀환의 기술(The Art of the Comeback)에서 “남자는 프리넙에 서명을 거부하는 ‘좋은 여성’을 포기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등의 나라에서도 프리넙을 통한 부부재산계약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 여러 나라는 계약이 공정하고 양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경우에라야 집행이 가능하다는 일반적인 제한만은 두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부부재산계약을 맺고 혼인 전 부부가 서로의 재산 귀속, 관리 방식, 이혼시 재산분할 기준 등을 미리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방식인 예비 부부가 혼인신고 전 계약서를 작성한 뒤 공증을 받아 등기해야 한다는 점, 혼인 후에는 부부재산계약 체결 또는 계약 변경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 법과 동일합니다. 일본도 부부재산계약으로는 상속재산 분배를 정할 수 없으며 법정상속분(유류분) 포기 역시 가정법원의 허가 없이는 부부재산계약으로 사전 약정이 불가능하다는 제한은 두고 이혼시 재산분할약정의 적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4. 혼전계약의 방식
가. 부부재산계약 등기
부부재산계약은 등기해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그 등기는 부(夫)가 될 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그 지원 또는 등기소에 부부 쌍방이 공동으로 신청하여야 합니다.
등기신청시 필요한 서류는 등기신청서, 부부재산약정서,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호적등본, 재산목록 등이며, 등기비용으로는 소정의 등록세, 교육세, 등기신청수수료가 소요됩니다.
나. 구체적인 약정방법
부부 중 한 명이 외국 시민권자인 경우 이들이 외국에서의 효력을 감안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결혼 생활을 대비해 혼전계약서를 쓰는 것은 그대로 효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비록 프리넙 자체가 이혼시 재산분할에 직접 효력을 발하지는 않지만 재산분할시에 고려되는 주요 사항 즉, 특유재산, 기여도, 생활방식 등을 특정하고 각자의 특유재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작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약정을 통해 혼인 전 각자 보유하는 재산이 어떻게 귀속되는지 그 내용을 명확히 하고, 혼인 중 취득하는 재산에 관한 귀속방법도 당사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결혼생활 중 각자의 수익, 생활비 부담 등에 관하여도 특별히 약정할 수 있습니다.
5. 우리 민법상 프리넙 약정의 의미
혼전계약에 이혼시 재산분할의 내용을 규정하였더라도,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시 법원에서는 반드시 프리넙 약정내용대로 분할해주지는 않습니다. 이는 이혼시의 재산분할권을 사전에 포기할 수 없고, 재산분할권의 성격이 기여분의 청산, 부양의 의미(기여분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 특유재산이라도 분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혼전계약서에서 특정 재산이 누구의 특유재산인지를 명시한 약정은 그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분할대상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해 분할비율을 정한다고는 판단하고 있지만 특유재산의 범위를 확정해준다는 의미에서 부부재산계약이 재산분할 비율에 중대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부부재산계약을 약정하는 것이 향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훨씬 유익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효력범위와 민법의 일반적인 원칙을 고려해야 하므로, 혼전계약이 재산분할에 참작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률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