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우리 나라에서도 혼전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 어떤 제도가 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1. 들어가며
사회적 여건과 인식이 변하며 이제는 이혼을 더 이상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최근 이혼이 늘면서 이혼소송에서 이혼의 가부 문제 보다는 재산분할 문제가 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산분할의 액수는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보다 큰 금액인 경우가 많아, 귀책배우자(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재산분할을 목적으로 먼저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재산이 많은 사람의 경우 이혼시 천문학적 금액의 재산분할로 인해 기업의 경영권 유지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장래 이혼의 경우를 대비하여 재산분할을 미리 약정하는 등 ‘혼전계약(prenuptial agreement·줄여서 ‘프리넙’, 결혼 전 이혼할 경우의 재산분할 내용을 미리 정하는 계약)’으로 이혼으로 인한 재산상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습니다.
또 혼인 중 공동재산으로 생활하는 대신, 각자 스스로의 재산과 수입은 별도로 관리하면서 생활비 등 공동으로 부담할 비용만 별도의 통장 등을 통해 지출하는 등, 결혼 후에도 자신의 재산을 배우자의 재산과 명확히 구분하는 부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혼이나 부부 재산의 분할이나 구분이 더 이상 터부시되지 않게 되면서, 혼전계약(프리넙)에 관한 관심도 증가하고, 특히 재혼의 경우에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 우리 민법상 혼전계약
우리 민법에는 이혼시 재산분할에 대한 프리넙 약정을 직접 규정하는 조항은 없고, 부부의 재산 관리에 관한 부부재산계약 제도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가. 민법 규정
우리 민법의 부부재산약정 제도는 혼인이 성립되기 전에 혼인 중의 부부재산관계 뿐만 아니라 이혼시 부부재산관계에 대하여도 자유로이 약정할 수 있고, 이러한 혼인하기 전의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하여, 이를 혼인 후에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우리 민법은 이러한 계약(혼전계약)이 없을 경우, 법정재산제로서 부부는 각기 재산을 소유·관리한다는 내용의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관련 조항으로 민법 제829조를 기본으로 하고 제830조에서 제833조까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민법 제82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민법 제829조(부부재산의 약정과 그 변경) ① 부부가 혼인성립 전에 그 재산에 관하여 따로 약정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재산관계는 본관 중 다음 각 조에 정하는 바에 의한다. ② 부부가 혼인성립 전에 그 재산에 관하여 약정한 때에는 혼인 중 이를 변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할 수 있다. ③ 전항의 약정에 의하여 부부의 일방이 다른 일방의 재산을 관리하는 경우에 부적당한 관리로 인하여 그 재산을 위태하게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자기가 관리할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고, 그 재산이 부부의 공유인 때에는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④ 부부가 그 재산에 관하여 따로 약정을 한 때에는 혼인성립까지에 그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이로써 부부의 승계인 또는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⑤ 제2항, 제3항의 규정이나 약정에 의하여 관리자를 변경하거나 공유재산을 분할하였을 때에는 그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이로써 부부의 승계인 또는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나. 혼전계약의 요건과 변경방법
(1) 계약의 요건 및 효력
위 민법 규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부재산계약은 혼인신고 이전에 약정하여야 합니다. 혼인신고 후의 부부간 재산약정은 혼인 중 언제든지 부부의 일방이 이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부부재산계약의 내용은 부부가 자유로이 정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이 부부간의 부양의무 면제 등 사회질서나 가족제도의 본질에 반하지 않는 한 그에 따른 법적 효력이 발생합니다. 구두 약정도 부부 간에는 유효하지만, 제3자에게 대항하려면 등기가 필요하므로 서면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부재산계약은 혼인성립 전까지 등기하지 않으면 부부의 승계인 또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등기가 없더라도 부부재산계약은 성립하지만 제3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
(2) 계약의 변경방법
부부재산계약은 혼인 중 원칙적으로는 변경할 수 없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 가능합니다(민법 제829조 제2항).
즉 부적당한 관리로 인해 재산을 위태롭게 한 때 다른 일방이 자기가 관리할 것을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부부재산계약에서 혼인 중의 관리자 변경이나 공유재산 분할에 관하여 미리 정한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 없이도 가능합니다.
부부재산계약은 민법전에 오래전부터 규정되어 있었으나 거의 사문화되었다가2001년 이후부터 부부재산약정을 등기하는 부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아직도 부부재산약정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혼전 계약의 효과는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