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용어 정리
가. 담보신탁의 의미
통상 대형 건설 및 분양사업이나 재개발, 재건축사업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을 사용할 경우, 사업권 지분 관계가 복잡하고 채권자의 압류, 가압류 등 개별적인 강제집행으로 사업진행이 방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권리관계가 간명한 “담보신탁”의 이용이 일반적입니다.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신탁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금전채권자(*금융기관)를 우선수익자, 신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그 소유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신탁회사)에 이전등기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수령한 대금으로 우선수익자에게 채권금액 상당을 지급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내용으로 하는 담보제공을 “담보신탁”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은 신탁계약과 관련된 비용 및 보수, 임차보증금 등의 지급에 사용하고, 남은 돈에 관하여 우선수익자는 약정한 한도 내에서 자신의 채권금액상당을 청구할 수 있는 우선수익 채권을 가지고, 위탁자는 우선수익자의 채권금액을 차감한 잔여대금 상당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잔여대금 채권)을 가집니다. 이 경우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신탁회사에 이전되고, 신탁자(위탁자)는 신탁계약에 따른 잔여 대금채권만 취득하는 지위가 되어, 사업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는 직접 신탁부동산을 압류할 수 없습니다. 또 우선수익권을 제외한 나머지 잔여대금의 범위도 확인하기 어려워 채권 확보가 극히 어려워집니다(다만 신탁계약의 내용은 등기부에 공시됩니다).
이러한 담보신탁의 권리관계와 채권집행 시 배당관계에 대한 내용을 잘 보여주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이를 소개함으로써 담보신탁의 법률관계 실질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나. 집행공탁의 의미
제3채무자가 그 채무에 관하여 채권압류나 가압류가 경합되어 어떻게 나누어 줄지 알 수 없는 경우나 그 압류채권의 진부도 알 수 없는 경우, 압류된 채무액(집행목적물)을 민사집행법 제248조 등의 집행절차에 따라 법원에 맡기는 공탁 절차입니다. 제3채무자는 압류된 금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법원에 공탁함으로써 자신의 채무는 소멸(면책)되고, 공탁된 금액은 법원의 관리하에 배당절차를 통해 정당하고 공정하게 채권자들에게 배당되는 제3채무자의 법적안정성과 경합된 압류의 공정한 집행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2.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1다261704 판결
가. 사안
부동산 담보신탁의 위탁자(A)가 수탁자인 신탁회사(B)에 대하여 가지는 신탁부동산 처분대금의 정산 후 잔여대금 채권(15억원) 전부를 넘는 금액에 대해 채권자(C, 선행 압류채권자)가 압류추심명령(16억원)을 신청하여 그 효력이 발생하였습니다. 그 후에 위탁자 A가 D주식회사를 2순위 우선수익자(5억원)로 추가 지정하여 피압류채권인 잔여대금 채권의 일부를 처분하였고, 그 후 다른 일반채권자들(E)이 잔여대금 채권에 대해 후행 압류추심명령(20억원)을 했습니다.
위 사안에서 신탁회사(B)는 잔여대금 채권(15억원)을 처분된 부분(5억원)과 처분되지 않는 어 부분(10억원)으로 나누고, D회사(추가지정 우선수익자)를 피공탁자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집행공탁을 하여 D회사가 배당절차에서 전혀 배당받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D회사가 신탁부동산 처분대금 중 후행 압류채권자(E)에게 안분배당된 몫은 후행 압류에 대항할 수 있는 D회사가 흡수할 수 있어 2순위 우선수익권 상당액(5억원)이 D회사의 몫으로 지급 또는 배당되어야 함에도 B가 집행공탁을 잘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신탁회사(B)와 선행 압류채권자(C)를 상대로 2순위 수익금 상당의 지급을 구한 사건입니다.
나. 쟁점
위 사안의 쟁점은 위탁자(A)가 선행 가압류가 있은 뒤, 추가로 대출받은 금융기관(D)를 2순위 우선수익자로 추가 지정한 행위가 선행 압류의 처분금지효력에 반하는지, 또 그에 따른 잔여대금 채권의 배당에서, 추가된 우선수익자(D)에 대한 지급 또는 배당이 전혀 없는 집행공탁이 정당한지 여부입니다.
다. 판결의 요지
담보신탁에서 위탁자(사업자)의 잔여대금 채권이 압류된 후에 우선수익자를 추가로 지정하는 행위는 위탁자가 가지는 잔여대금 채권 중 새로운 우선수익자(추가 대출금융기관 D)에게 그 수익채권을 처분함으로써 피압류채권을 감소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반합니다. 따라서 신탁자(A)의 선행 압류집행 이후 우선수익자(E)를 추가로 지정한 행위는 선행압류 채권자(C)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한 다음,
신탁회사가 한 집행공탁은 적법하고, 공탁된 잔여대금 중 D회사에 지급 내지 배당될 돈은 없다는 이유로 D회사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을 정당하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라. 판결의 의문점
위 대법원 판결에서 D회사(선행 가압류 이후 우선 수익자로 추가된 금융기관)가 비록 선행 가압류채권자(C)에 대하여는 대항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후행 가압류 일반채권자(E)들에 대하여는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음에도 후행 압류채권자들에게 배당되는 잔여대금에서 D는 한 푼도 배당받지 못한 것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의 판시 이유를 살펴보고 그 판결의 당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