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정식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도 미리 부동산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가계약금이라는 명칭으로 계약금보다 적은 금액을 미리 교부하는 경우가 다수 있습니다.
계약금의 경우는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해약금의 성격이 법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여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가계약금만 지불된 경우에 있어 그 가계약금은 법에 정해진 내용(임의규정이라도 해석 기준이 되는 내용)이 없어 가계약금의 청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불확실한 경우가 많아 가끔 다툼이 발생합니다.
2. 가계약금
논리적으로만 보면, 가계약금만 지불하는 계약 자체는 가계약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가계약금 지불계약이 성립하고 또 가계약금을 지불하는 이행행위도 완료되었으므로 더 이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는 발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계약금 계약은 본계약을 위한 것이므로 본계약의 체결이 확정적으로 불가능해진 경우(매도인이 타에 매각한 경우 또는 부동산이 소각되어 없어진 경우), 계약의 목적달성이 불능하게 되었으므로 이미 수령한 가계약금은 원인없이 받은 급여가 됩니다. 따라서 부당이득의 문제로 가계약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가계약금만 지불된 상태에서 본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이에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다47187 판결)는 “가계약금이 해약금으로 당연히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그렇다면 별도의 의사 표시가 없는 한(주로 카톡이나 메일로 매도인, 매수인, 중개사가 서로 주고받은 문자 등이 당사자간 의사해석의 기준이 되는데 그러한 의사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 누가 계약 체결을 거절하게 되든지 단순히 부당이득 반환의 문제만 남게 되고, 가계약금은 해약금 성격이나 계약금으로서의 청산 문제(계약금 포기 또는 배액 상환)도 발생할 여지가 없게 됩니다. 따라서 위 판례는 통상의 거래관행(당사자의 추정된 의사)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판단으로 보입니다.
3. 가계약금 정산방법 검토
통상 가계약금을 지불하고도 본계약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던 경우에도 계약의 목적물과 매매대금, 본계약일자, 잔금지급 등에 관한 양 당사자간 카톡, 문자, 메일 등으로 본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본계약이 체결되어 그 내용에 가계약금의 처리방안을 정한 경우에는 그 약정한 내용대로 처리하면 됩니다. 이는 통상 “매도인은 가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방법으로, 매수인은 가계약금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각 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는 민법의 해약금 규정(제 565조 제1항)을 그대로 문자로 정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계약금이 “계약금의 일부”라고 약속한 경우, 계약을 해약하려면 가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 전부를 교부해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해약금이 됩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다른 문제는 판례(대법원 2015. 4. 23. 2014다231378 판결)는 계약금을 주고받는 계약은 요물계약(직접 계약금을 지급하는 등 물적의무의 이행이 계약성립 요건이 되는 계약)으로 보고 있어 문제됩니다. 즉 계약금의 일부가 가계약금으로 지급된 상태에서는 계약금(해약금) 계약은 계약금이 지급되지 않아 요물계약으로써 계약금 계약이 성립되지 않고, 가계약금 지급만으로 민법 제566조 제1항 규정의 계약금 약정에 따른 계약해제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 경우 해약금 약정이 없으므로 실제로 계약금의 해제를 위해 해제금액이 계약금 전액인지 가계약금만인지를 따질 필요도 없게 됩니다.
이 경우는 매수인은 가계약금을 초과한 나머지 계약금을 지급한 후에 계약해제가 가능하고, 매도인은 매수인이 나머지 계약금을 지급하기를 기다렸다가 그 뒤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계약의 해제가 가능합니다. 결국 가계약금의 지급만으로는 계약에서 벗어나는 것이 극히 어렵게 된 것입니다.
4. 가계약금 지급시 거래상 유의해야 할 사항
통상 상담을 해보면 일반의 거래당사자는 가계약금을 계약금과 유사한 성격(해약금)으로 보고 거래목적물을 잠시 확보해두기 위한 담보 및 증거금으로 가계약금을 지급하고 있어 계약 포기시 가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의 상환으로 해약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거래의 관행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법원의 판례는 법의 현실보다 법논리에만 빠져 가계약금에 계약금과 같은 해약금의 성격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아니합니다. 따라서 가계약금이 지급된 경우에도 계약이 불이행 되었을 때는 부당이득의 일반적인 법리로 해결하고 계약에서 벗어날 때는 그 방도가 모호하여 당사자로서는 예측하지 못하는 부당한 결과(가계약금 계약은 해제할 수 없다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계약금 지급시에도 그 청산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문자, 카톡 등으로 의사를 분명히 명시해서 가계약금 지급이유와 청산방법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즉 “매수인은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가계약금의 배액을 지불하고 각 가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는 정도라도 의사를 밝히고 가계약금을 지불, 수수하는 것이 분쟁 예방과 해결을 간명하게 할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