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023. 전원합의체 판결의 통상임금 개념요소 재정립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는 대법원 판례의 주도로 발전해 오다 보니 명확한 기준이 수립되기 어려웠고, 기업별로 임금에 부가된 조건에 따라, 명확하게 정산해야 하는 현실에서 불공평이 발생하자 소송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례의 변경이 어떤 임금의 성격까지도 변경할 수 있는 것인지는 한동안 혼란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단이유를 상세히 살펴보면 개별임금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그 성격을 규명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전원합의체 판결이 밝힌 논지를 좀더 자세히 살펴 보기로 했습니다.
가. 통상임금 개념의 재정립 방향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의 개념이 기준임금으로서 요청되는 통상임금의 본질과 기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며 다음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①법령상 정의에 충실하게 해석, ②강행적 개념에 부합하도록 하여 통상임금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함 ③소정의 근로가치 반영 ④ 사전에 명확히 산정할 수 있도록 함, ⑤ 연장근로 억제라는 근로기준법의 정책목표에 부합하도록 함 등 해석 방향에 대한 기준이 그것입니다
나.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한 이유
(1) 고정성 개념은 법령상 근거가 없음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여기서 “지급하기로 정한”이라는 문구는 지급이 미리 정해진 상태 즉 소정성을 의미하는데, 이는 모든 임금에 공통된 성격이지 통상임금에만 특유한 개념적 징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2013년 전원합의체판결은 이를 “고정성”으로 변형하여 해석하고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았는데 그 근거가 부족합니다.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임금으로 전환한 개념이므로 이것이 통상임금의 본질적인 기준입니다. “정기성”과 “일률성”은 “소정근로 대가성”이 있는 임금의 전형적인 속성으로서 임금의 지급시기와 대상이 미리 일정하게 정해지도록 함으로써 통상임금의 범위를 사전에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지급 여부나 지급액의 예외 없는 사전 확정’이라는 의미를 가진 “고정성”이라는 징표는 소정근로 대가인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시키게 되므로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2) 통상임금 개념의 강행성
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의 도구로서, 연장근로 등에 대하여 법이 정한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한 강행법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통상임금은 당사자가 그 의미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강행적 개념이라 할 것입니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임금에 관한 조건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고, 그 조건은 유효합니다.
그렇지만, 그 조건의 효력문제와 그 조건이 부가된 임금항목의 통상임금성 문제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전자는 자율적 영역이고 후자는 후견의 영역에 속합니다. 가령 어떤 임금 항목에 재직조건이 부가되어 있어 기준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근로자에게는 해당 임금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법정수당의 산정기초를 이루는 통상임금인지 여부는 해당 임금이 실제로 지급되었는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점에서 2013년 전원합의체판결은 자율의 영역에 속하는 조건을 후견의 영역에 속하는 통상임금과 결부시킨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로써 당사자가 강행적 성격을 가지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쉽게 좌우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결과가 되었고 실제로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에서 특정 임금에 조건을 부과함으로써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키는 위험도 초래하였습니다.
(3) 소정근로의 가치 반영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므로 실근로와 무관하게 소정근로 그 자체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점에서 통상임금은 법정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실제 지급된 임금이 총액을 기준으로 하여 사후적으로 산정되는 평균임금과 구별됩니다. 즉 통상임금은 가상의 도구개념으로,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면 이를 이유로 지급될(산정 당시는 아직 지급되지 않은) 가상의 임금입니다. 따라서 소정의 근로가 온전하게 제공된 이유만으로 사후에 지급되는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 등은 통상임금이 아닙니다.
이처럼 통상임금은 실근로 또는 실제 수령한 임금과 분리하는 것이 법문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해석함으로써만 실제 임금의 변동가능성이 통상임금에 투영되는 것을 막아 기준임금으로서의 통상임금 본질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통상임금은 실제 근무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구애 되지 않고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대법원 1978. 10. 10. 선고 78다1372 판결, 대법원 1990. 11. 9. 선고 90다카 6948 판결)
그런데 2013년 전원합의체판결에서 고정성을 갖춘 임금을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 근로를 제공하면, 업적, 성과 기타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임금’이라고 정의하여 조건의 충족 여부에 임금의 지급 여부가 연계되면 고정성이 결여된다고 본 것은 위의 법리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는 만약 그 조건이 ‘실제 근무일수’처럼 소정근로가 아닌 실근로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러한 조건을 통로로 삼아 실근로에 관한 요소가 통상임금의 개념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4)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가능성
통상임금은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확정할 수 있어야, 가산임금을 바로 산정하고, 근로자도 연장근로를 제공할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통하여 사후적으로 변동가능성이 있는 실근로를 통상임금과 연계하게 되면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 가능성이 약화됩니다. 그런데 2013년전원합의체 판결은 사전적으로 정해져야 할 통상임금 여부를 임금의 지급이나 지급액의 확정 여부에 따라서 결정하려고 한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임금의 지급이나 지급액의 확정 여부는 장래의 일이므로 미리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에서 고려할 것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할 경우 지급되는 임금이 얼마로 정해졌는가(임금협약, 급여규정)입니다. 실제로 ‘조건을 충족하여 그 임금을 지급받을 가능성’과 같은 장래 확정될 문제는 통상임금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컨대 1개월의 소정근로 일수가 22일인데 그 중 20일 이상을 근무하면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의 경우 실제 20일 이상 근무할 가능성은 통상 임금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조건으로 부여된 근무일수(20일)가 소정근로일수(22일) 이내라면 근로자가 소정근로일수를 모두 근무한다는 전제에서 통상임금을 산정하면 충분합니다.
(5) 연장근로 억제라는 근로기준법 정책 목표
통상임금의 개념은 소정근로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를 억제라는 노동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여야 합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해야 하고(법 제17조 제1항 제2호) 1주간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햇습니다(법 제50조 제1항).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를 제한하고, 연장근로에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연장근로 등에 관한 규정 위반에 관한 처벌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연장근로 등의 가치의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해 주려는데 그 입법취지가 있습니다(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0도 15393 판결)
그런데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법령상 근거 없이 축소시켜 통상임금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합당하게 평가한 단위임금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제한하게 됩니다. 이로써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자 하는 근로 기준법의 정책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다. 재정립된 통상임금의 개념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의 정의와 취지에 충실하게 해석하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임금”입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므로 그 본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기준임금이라는데 있고, 정기성과 일률성은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임을 뒷받침하는 개념적 징표일 뿐입니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합니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라는 “소정근로 대가성”, 임금의 지급시기와 지급대상이 미리 일정하게 정해졌을 요구하는 “정기성”과 “일률성”의 개념을 통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것이지 굳이 법령에도 없고 입법취지에도 반하는 고정성의 개념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부가할 이유는 없습니다.
3. 통상임금 해당성의 판단기준
가. 소정근로의 가치
통상임금의 개념에는 ‘임금 지급에 대한 일정한 사전적 규율’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소정근로의 제공과 관계없이 일시적이거나 변동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은 여전히 통상임금에서 제외됩니다. 고정성의 개념을 제거하더라도 주휴수당과 같은 법정수당은 개념적으로 통상임금이 될 수 없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임금의 조건이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정기성, 일률성을 부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된 경우에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운수에서 일정 기간 동안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무사고수당은 무사고는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아니라, 소정근로를 제공하는 외에 무사고라는 추가적인 자격요건의 달성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은 아닙니다.
나. 재직조건부 임금
통상임금은 실근로와 구분되는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는 도구적 개념이므로 계속적인 소정근로의 제공이 전제된 근로관계를 기초로 산정하여야 합니다. 퇴직은 근로관계를 종료시켜 실근의 제공을 방해하는 장애사유일 뿐,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와는 개념상 관련이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임금을 지급 받기 위하여 특정 시점에 재직 증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의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1) 소정근로일수 조건부 임금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근로일수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설령 근로자의 실제 근무일수가 소정의 근로일수에 미치지 못하여 근로자가 근무일수조건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을 갖추고 있는 한 이를 통상임금에 해당됩니다.
통상임금은 실제 근로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관계없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여 정한 임금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소정근로 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였다 하여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은 아닙니다.
(2) 실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사업장 중에는 휴가를 사용한 날을 근무일수에 포함시켜 조건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사업장이 있고, 실제로 근무한 날만을 근무일수에 산입하여 충족여부를 판단하는 “실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둔 사업장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소정근로일수 전부를 실제 근무한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임금으로 이는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채 소정근로일수를 개근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소정근로를 초과하는 추가적인 조건이 부과되어 있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근로자마다 계속근로 기간이 달라 근로기준법이 부여하는 연차 유급휴가 일수가 다르고, 사업장마다 정해진 약정휴가일수가 다릅니다. 같은 근로자라도 연도별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일수가 다르고, 월별로 실제 사용하는 휴가일 수도 다릅니다. 이와 같이 휴가의 발생과 사용이 사업장이나 근로자 별로 다른 유동적인 상황에서 근로자가 며칠의 휴가를 사용하고 나머지 소정근로일에 개근하는 것이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소정근로를 산출해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통상임금 판단이 ‘실근로에 연계’됨으로써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게 됩니다.
따라서 통상임금이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기준임금이자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는 가상의 도구개념이라는 점에서 실근로일수 조건부 임금도 휴가의 발생이나 실제 사용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조건으로 부여된 근로일수가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통상임금성을 일괄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입니다.
(4) 강행성 참탈 여부
소정근로일수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의무 있는 날로 정한 일수를 말하므로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정근로일수의 정함이 기본적으로는 자율의 영역이더라도 그것이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후견’이 작동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로지 어떤 근로일수조건부 임금을 통상임금에 제외할 의도로 근무실태와 동떨어진 소정근로일수를 조건으로 요구할 경우 이는 강행성을 참탈하는 것으로 그 경우에는 그 조건 부가에 대한 합의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라. 성과급
근로자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단순히 소정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업무성과를 달성하거나 그에 대한 평가결과가 어떠한 기준에 이르러야 지급되는 임금입니다. 따라서 성과급은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은 여전히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근로실적과 무관하게 최소한도의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 그 금액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4. 변경하여야 될 판례
이와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변경되어야 할 판례로서는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중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은 부분으로, 그에 따라 재직조건부 임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성과급의 통상임금을 고정성 인정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 부분과, 재직조건부 임금이 조건의 부가로 인하여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부분과 그와 같은 취지의 종전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타 어떤 임금이 통상입금에 포함될지 여부는 위에서 살펴본 법리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에 관하여서는 구체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의 성격에 관하여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밝힌 통상임금의 판단기준과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한 사정 등을 감안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