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법원 판결 내용
위 사안에 관한 상고사건에서 대법원은 제2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는데 그 내용은,
(1) “위탁자와 매수인 사이에 작성된 분양계약서와 별도로 피고(수탁자)와 매수인 사이에 부동산매매계약서가 작성된 후, 이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지만, 피고와 매수인들 사이에 작성된 부동산매매계약서는 이 사건 담보 신탁계약의 특약사항 제7조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명백하고, 부동산매매계약서에 포함된 신탁부동산의 매매에 따른 권리, 의무의 주체와 그 내용 등 핵심 사항은 대부분 위탁자와 매수인 사이의 분양계약서에서 정한 것을 그대로 따랐으며, 수탁자인 피고는 등기이전의무 이외에 매도인으로서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정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매수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매도한 것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7조 제3항 및 이를 전제로 하는 같은 조 제4항에 따른 신탁계약의 해지 및 신탁부동산의 귀속과 무관하게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환가한 후 신탁비용 및 대출원리금 채무의 변제 등에 충당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2)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의 수탁자에 대한 분양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을 매수인이 직접 취득 행사할 수 있는 특약이 적용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분양대금에 의한 우선수익자의 채권변제가 확보된 상태에서의 부동산 담보신탁계약 해지의 경우에만 한정하여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실질에 있어서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의 해지 및 그와 관련한 신탁재산의 귀속과 분양계약을 원인으로 최종적으로 매수인에게 분양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진 경우에 전반적으로 적용된다.
(3)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한 이 사건 가압류결정의 변제금지 효력에 따라 제3채무자인 피고는 채무자인 위탁자에 대하여 신탁계약의 해지 또는 종료를 원인으로 하여 임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수가 없다. 피고가 위 각 결정을 송달 받은 후 매수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것이 신탁계약의 특약사항 제7조에서 정한 신탁계약의 해지에 따른 것이라면, 이는 피고의 위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위탁자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단축하여 이행한 것에 해당하는 바, 이는 결과적으로 제3채무자인 피고가 채권자인 원고들에게 손해를 입힌 때 해당하므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한다”고 판시하여 수탁자의 직접처분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3. 위 대법원 판례의 의미
수분양자가 분양대금을 분양계약서에 정한 수탁자 명의 자금관리대리사무 계좌에 납입하였고, 수탁자가 직접 처분대금을 수납하는 등 수탁자의 직접 처분조항에 대한 탈법적인 일탈(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다 19433 판결,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8다 237329 판결)도 없이, 형식적으로는 원칙 규정대로 운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신탁계약의 특약사항에서 정한 신탁계약의 해지에 따른 수탁자의 위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위탁자의 분양자(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의무를 단축하여 이행한 것에 해당하는 경우, 이러한 직접처분조항에 따른 수탁자의 처분행위 효력을 부인하고, 행위의 실질적인 내용을 평가하여 관행적인 집행회피를 방지하였다는데 위 판례의 의미가 있습니다
실무사례에 있어서 수탁자가 담보신탁조항에 따른 담보권의 행사가 아닌 사실상 신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반환하는 방안으로, 수탁자가 신탁자에게, 또 신탁자가 분양계약에서 2회의 이전등기의무의 이행에 따른 등록세 등 등기비용을 절약하고자, 편의상 수탁자가 신탁자가 분양한 수분양자에게 직접 이전등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수탁자의 제3자에 대한 이전등기는 형식적으로는 가압류한 대상채권, 즉 수탁자가 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채무의 이행은 아니라는 이유로 종전에는 수탁자의 신탁자에 대한 이전등기채무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피해 갔습니다. 이제 위 판결은 수탁자의 행위를 실질적인 침해행위로 보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러한 논리는 수탁자가 담보신탁계약의 정상적인 담보권 실행행위의 대행인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록 수탁자가 수탁 받은 담보권의 실행을 대행하였다고 하더라도 담보신탁의 행사로 인한 채권 만족은 극히 일부이고 직접 처분행위의 대부분 이익이 사실상 신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 반환을 위탁자의 분양계약자에 대한 중간생략등기로 그 이익이 수탁자의 담보권 행사 이익을 상회할 경우에는 그 범위에서 사해행위로서 취소권을 행사하여 소유권 또는 가치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제3자의 채권침해를 주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위 대법원 판결과 관련하여 신탁부동산의 대외적인 소유권이전등기의 효력이 사실상 신탁계약의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 수탁자의 처분행위의 실질 관계에 관한 법률효과를 좀더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상 의문 사항이 있으면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변호사 이원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