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의 변화 추이(4)

3.  분묘기지권과 지대

가. 시효취득형 분묘기지권

 분묘기지권은 일단 성립하면 권리자가 분묘의 봉사를 계속하는 한 존속한다고 보아 사실상 영구적인데, 지료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토지 소유권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대하여 대법원은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합 판결에서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던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토지소유자의 「지료 청구시부터」 지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였다. 그 판결 요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17다228007 전합 판결은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및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시효취득형 분묘기지권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 성립하는 지상권유사의 권리이고, 그로 인하여 토지 소유권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소유자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ㆍ사회적 배경, 분묘를 둘러싸고 형성된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관습법상 권리로서의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및 부동산의 계속적 용익관계에 관하여 이러한 가치를 구체화한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 규정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토지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장사법(법률 제6158호)’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다음 20년간 평온ㆍ공연하게 분묘의 기지(基地)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더라도, 분묘기지권자는 토지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입장이다.

이에 대한 별개의견은 점유자가 스스로를 위하여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는 경우 당사자 사이에 무상(無償)이라는 합의가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유상(有償)의 사용관계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에 관하여 관습법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다면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유추적용하여야 한다. 분묘기지권은 다른 사람의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지상권과 유사한 물권으로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 관습법에 따라 성립한다. 이러한 토지 이용관계와 가장 유사한 모습은 법정지상권이다. 민법 제366조 등에 따라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면 지상권자는 ‘지상권 성립 시부터’ 토지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여 성립하는 토지 이용관계에 관해서도 법정지상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토지소유자의 지료 청구가 있어야만 그때부터 지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은 장사법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 분묘를 설치하여 20년간 평온ㆍ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분묘기지권은 관습법상 물권이므로, 관습에 대한 조사나 확인을 통하여 관습법의 내용을 선언하여야 하고 법원이 해석을 통해 그 내용을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지금까지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유상성을 내용으로 하는 관습이 확인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분묘기지권이 관습상 무상이었음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나. 승낙형 분묘기지권

분묘의 기지인 토지가 분묘의 수호·관리권자가 아닌 타인의 소유인데 그 타인이 분묘의 설치를 승낙한 때에 승낙형 분묘기지권이 성립한다. 토지소유자가 이를 승낙한 배경을 살펴보면, 분묘설치자와 가까운 관계에 있었거나, 분묘설치자가 묘지를 구매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딱한 처지에 있다는 점을 이유로 승낙형 분묘기지권 성립시에도 무상의 토지사용권으로 볼 여지가 크다. 

승낙형 분묘기지권 성립 이후에 무상의 사용을 용인할 수 없는 사정변경이 발생한경우 실제로 문제가 되었다. 즉 토지가 전전 양도되고 분묘기지권도 이전되면서도 현재의 토지소유권자와 분묘기지권자가 더 이상은 가까운 관계가 아닌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임야의 가치와 임야소유권 개념이 급격하게 변동되어 임야소유권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헌법질서에 위반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나아가 위 대법원 2017다228007 전합 판결에서 보았듯이 「무상의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은 법질서와의 부조화와 불합리성으로 인하여 더는 관습법으로 존중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에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3다261302 판결은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성립 당시 지료에 관한 약정이 없거나 무상(無償) 약정이 성립하였더라도, 인적 관계의 변경, 분묘기지의 사용기간, 지가의 상승이나 토지 활용가치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공평의 원칙」을 근거로 토지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할 수 있고, 분묘기지권자는 그때부터 객관적으로 상당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구체적인 사정변경 사유를 고려하여 과거에 무상의 승낙형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무상에서 유상으로의 변경 청구를 인정할 수 있고, 그러한 청구권이 행사된 때에 유상으로 전환된다고 판시하였던 근거에 대하여, 원심은 민법 제286조 지료증감청구권의 유추적용을 언급하였으나, 위 대법원은 민법상 명문의 근거가 없더라도 「공평의 원칙」에 근거하여 유상 전환 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의사표시만으로 권리가 형성되는 형성권은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큰데도 민법상 명문의 근거 없이 인정할 수 있는지, 즉 관습법의 해석에 의한 법관의 법형성의 범위에 관한 논의는 좀더 검토하고 논의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정리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및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고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분묘기지권의 취득요건이 인정되는 사안 유형으로 전술한 바와 같이, 승낙형 ·취득시효형 ·양도형으로 분류해 왔다. 또 그 권리관계의 내용으로서 지료의 지급의무 여하에 대하여도 승낙형에서는 지료 약정의 유무에 좇고, 취득시효형에서는 무상이며, 양도형에서는 그 의무가 애초부터 인정되었다.

그런데 분묘기지권 제도의 ‘문제점’으로 다수가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①분묘의 존재 여부는 그 형태의 특수성으로 쉽게 알 수 있다고 하나, 묘지를 설치하는 임야는 큰 단위로 거래되는 것이 보통이며, 거래당사자가 현지의 봉분까지 샅샅이 조사하는 일은 드물다. 따라서 분묘가 설치되어 있는 토지를 취득하게 되는 자가 뜻밖의 제한물권에 의한 제한을 받게 되어 피해를 입을 염려가 있다. 또 ② 분묘기지권은 공시방법 없이도 성립하고 대항할 수 있게 된다는 점 역시 문제라 할 것이다. 임야의 개간, 산업의 발전에 따른 각종 단지의 조성, 국토의 종합개발의 촉진 등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분묘제도는 여러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 환경과 권리의식의 변화로 분묘기지권의 부인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성립 당시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 사이에 지료에 관한 약정이 없거나 무상 약정이 성립하였더라도, 분묘 설치 당시의 인적 관계의 변경, 분묘기지의 사용기간, 지가·공과금의 상승이나 토지 활용가치의 변화,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나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료를 인정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할 수 있고, 분묘기지권자는 그때부터 객관적으로 상당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분묘기지권의 인정 여부 및 그 내용에 대하여 이제 대법관들의 의견은 종전과는 달리 쉽사리 동일한 의견으로 합치되지 아니하고 종전의 법해석과 상황인식은 변경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표명되고 있다. 이러한 법의 내용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판례로 인정하고 있는 관습법에 기한 물권으로서 어쩔 수 없는 태생적 문제점이자 판례에 근거하여 인정되는 관습법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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