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긍정설
민법 제185조는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창설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분묘기지가 된 토지 부분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14006 판결 등 참조), 분묘 소유자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결과 토지 소유자의 권리 행사가 제한된다고 하여 취득시효완성을 부인할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등 참조). 본래 시효제도는 일정 기간 계속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곤란해지는 입증책임으로부터 구제를 꾀하며 자기 권리를 장기간 행사하지 않는 자는 법적 보호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이다( 대법원 1999. 3. 18. 선고 98다3217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특히 법적 안정성은 시효제도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이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44327 판결 등 참조).
과거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임야에 조상의 시신을 매장할 수밖에 없었다. 통상의 분묘설치의 관행 또는 실태를 보면, 토지 소유자로부터 명시적이거나 최소한 묵시적인 승낙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계약서 등 근거자료를 작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으므로. 분묘기지권을 주장하는 자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빈번하다. 토지 소유자는 시효기간이 진행하는 20년의 긴세월 동안 언제든지 민법 제247조 제2항에서 준용하는 민법 제168조 내지 제177조에 의하여 분묘 소유자에게 분묘의 굴이를 구하거나 그 점유 부분의 인도를 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고 볼 수도 없다.
대법원은 현행 민법이 시행되기 전에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 관습이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1955. 9. 29. 선고 4288민상210 판결, 대법원 1957. 10. 31. 선고 4290민상539 판결 참조). 현행 민법이 시행된 후에도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이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1955. 9. 29. 선고 4288민상210 판결, 대법원 1957. 10. 31. 선고 4290민상539 판결 참조).
현행 민법이 시행된 후에도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판결을 폐기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63. 7. 25. 선고 63다.157 판결 참조). 이후 대법원은 50년 가까이 같은 취지의 판결을 거듭 내림으로써 장사법(법률 제6158호)의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을 적
용하 왔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63017, 63024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화장취체규칙’에 의하여 경찰서장이 개장을 명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이는 위생 저해의 단속이라는 행정목적을 위한 것이므로 분묘기지권의 취득에 영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1955. 9. 29. 선고 4288민상210 판결 참조). 장사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매장법의 관습법상 인정된 분묘기지권을 허용하지 않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분묘기지권의 범위가 매장법이 규정한 분묘의 제한면적 범위 내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는 등( 대법원 1994. 8. 26. 선고 94다28970 판결, 대법원 1994. 12. 23. 선고 94다15530 판결 등 참조) 공법상의 규제에 한정되어 있던 매장법이 관습법으로 인정된 분묘기지권의 내용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장사법(법률 제6158호) 부칙 제2조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토지 소유자가 이를 개장하는 경우 분묘의 연고자는 당하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인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로 규정한 제23조 제3항에 관하여 장사법 시행 후 최초로 설치된 분묘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장사법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기존 관습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위와 같이 공법상의 규제에 머물러 있던 매장법 등이 사법(私法)상의 권리인 분묘기지권의 취득에 영향을 줄 수 없었고, 2001. 1. 13. 시행된 장사법(법률 제6158호) 역시 법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기존 관습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므로, 장사법의 시행만으로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의 존립 근거가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 ‘악의의 무단점유’의 경우에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한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이 깨어졌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근거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의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졌다고 판시함으로써, 악의의 무단점유자에 대하여 민법 제245조 제1항에 의한 소유권 시효취득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분묘 소유를 위한 토지 사용권만을 등기 없이 취득하는 관습법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 요건을 위와 똑같은 입장에서 바라볼 수는 없다. 현행 민법은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 물권의 득실변경에 관하여 등기라는 공시방법을 갖추어야 효력이 생기는 이른바 ‘형식주의’를 채택하였고,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점유자가 부동산 물권을 등기 없이 취득한다는 의사를 가진다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위 전원합의체판결이 ‘악의의 무단점유’가 증명된 경우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이 깨어졌다고 한 것이다.
반면 갑자기 조상이 사망하여 분묘를 설치할 필요가 생긴 경우 토지 소유자의 명시적인 승낙을 받고 분묘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토지 소유자가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아 용이한 상태에서 분묘를 설치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분묘기지권이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등기 없이도 취득할 수 있는 관습법에 의한 물권인 점, 제사 ㆍ 숭경의 대상인 ‘분묘’의 특수성과 이웃 간의 정의(情誼)를 소중히 여기던 전통적 가치관 등까지 함께 고려하면, 분묘 설치자는 토지 소유권을 불법적으로 침해한다는 인식보다는 토지 소유자의 용인 아래 분묘를 설치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법 감정이나 사회현실에 맞을 것이다. 아울러 분묘의 수호 ㆍ 봉사가 20년 이상의 장기간 계속되었다면 위 분묘에 관하여 형성된 사회질서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분묘 설치자 등이 토지 소유자의 승낙에 대한 증명을 못하는 경우라도 일정한 요건 아래 그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만약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없다는 이유로 ‘악의의 무단점유’라고 단정하고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분묘설치 후 20년 이상이 경과한 시점에서 분묘 소유자에게 분묘설치 당시의 토지 소유자의 승낙 등 내심의 의사를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사실상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부동산 물권관계에 관한 등기제도의 의미 등을 바탕으로 한 소유권 시효취득의 요건은 분묘 소유를 위한 토지 사용권만을 인정하고 등기 없이 취득할 수 있는 관습법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의 요건과 분명히 구별되어야 하고, 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의 효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이나 그 취득시효에 관한 관습법이 전체 법질서에 반하여 정당성이나 합리성을 상실하였고 이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볼 정도로 위 관습을 둘러싼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채권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약정에 따라 성립할 수 있으나, 물권은 물권법정주의와 공시의 원칙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관습상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분묘를 소유하기 위하여 등기 없이 성립하는 관습법상 물권이다. 분묘의 존재, 특히 봉분의 존재(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다18040 판결 등 참조)가 물권을 공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은 물권법정주의나 공시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상 물권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와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를 인정하는 것까지 관습법인지 여부는 구별해야 할 문제이다.
라. 사회 문화적 의식 변화
다음으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법적 확신을 가지지 않게 될 정도로 관습법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판례의 기초가 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ㆍ 태도나 그 사회적 ㆍ 문화적 배경 등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1) 부정설
장사법의 규정들은 종래의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에 대한 국민 의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서, 1993년도에 전국 평균 19.1%에 불과하였던 화장률이 2013년에는 전국 평균 76.9%에 이를 정도로 새로운 장묘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이를 알면서 무단으로 분묘를 설치한 자에게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것은 불법점유를 취득시효에서 배제한다고 선언한 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에도 배치되어 더 이상 관행이나 관습이라는 미명 아래 정당화될 수 없게 되었다.
분묘기지권에 관한 종전의 관습은 2001. 1. 13. 장사법(법률 제6158호)이 시행될 무렵에는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반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하였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규범적 확신을 가지지 않게 되어 법적 규범으로의 효력을 상실하였다
분묘기지권은 전통적인 조상숭배사상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해온 반면, 현대사회에서 토지의 효율적 이용에 저해요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분묘기지권은 전통적인 조사숭배사상과 근대적인 토지소유제도 사이의 간극을 메꾸어주는 과도기적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분묘기지권이 합리성을 갖춘 제도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공평이나 형평의 관점에서든 효율의 관점에서든 분묘기지권에 관한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2) 긍정설
화장이 증가하는 등 전통적인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에 변화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분묘기지권의 기초가 된 매장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사설묘지의 설치가 허용되고 있으며,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이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하였다는 자료는 없다. 따라서 전통적인 장사방법이나 장묘문화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 등을 근거로 분묘기지권이나 그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의 효력이 부정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관습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어 왔고, 이러한 법적 규범이 장사법(법률 제6158호)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2001. 1. 13. 장사법(법률 제6158호)이 시행되기 전인 1999년도 전국 평균 화장률은 30.3%, 2000년도 전국 평균 화장률은 33.7%에 불과하여, 장사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우리나라의 장사방법으로 전통적인 매장률이 화장률을 압도하였다.
나아가 장사법의 시행 이후 국가의 시책 등에 따라 화장률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고 하더라도, 화장 후 매장을 위하여 설치되는 분묘의 수요도 무시할 수 없는 등 과거부터 지속되어 왔던 매장문화가 완전히 사라졌거나 변화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사설묘지를 허용하고 있는 우리의 법제 아래에서는 분묘기지권의 기초가 되는 매장문화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속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장묘문화의 변화가 곧 분묘기지권이라는 관습법에 대한 법적 확신의 소멸과 직결된다고 볼 수 없다. 장묘문화나 장사방법에 대한 현 세대의 인식과는 별도로 조상숭배사상을 토대로 한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은 여전히 존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이른바 ‘민족대이동’이라고 할 정도로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 귀성(歸省)하여
조상의 분묘에서 성묘를 하는 전통과 관행은 우리 국민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장묘문화의 변화와는 별개로 조상숭배사상에 기초한 분묘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고, 분묘에 대한 존중과 보존 역시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문제로 계속 남아있다.
2015. 12. 29. 개정, 시행된 장사법(법률 제13660호)은 종전 장사법(법률 제6158호) 시행일인 2001. 1. 13. 이후 설치된 분묘의 설치기간을 15년에서 30년으로 늘렸는데(제19조 제1항, 부칙 제2조), 그 이유는 분묘의 설치기간 만료로 그에 따른 개장과 관련하여 이에 대비한 행정적 정비나 사회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사법 개정경위에 비추어 보면, 장사법 시행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분묘나 이를 둘러싼 법률관계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뚜렷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장사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분묘까지 개장 또는 이장을 하게 될 경우 그에 따른 사회 ㆍ 경제적 비용 부담이나 제반 여건 역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ㆍ 태도나 그 사회적ㆍ문화적 배경 등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