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의 변화 추이(2)

(2) 긍정설

   효사상이나 조상숭배사상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우리 사회의 장사의 방법은 ‘매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전통과 관습이 조선 고등법원의 판결 및 대법원의 판례로 확인된 분묘기지권 성립의 기초가 되었다.

관습법의 존립여부는 관습법이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로 인하여 그러한 관습법을 적용하여야 할 시점에서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는지에 달려 있다. 당초 관습법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ㆍ강행되기에 이른 것이다(대법원 1983. 6. 14.선고 80다3231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이 오랜 기간 동안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에 의하여 뒷받침해 온 관습법의 효력을 사회질서의 변화를 이유로 부정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관습법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판례의 기초가 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ㆍ 태도나 그 사회적 ㆍ 문화적 배경 등에 의미 있는 변화가 뚜렷하고, 명백하지 않다면, 기존의 관습법이 규범으로서의 효력이 없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은 우리 민족의 조상에 대한 경애추모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관습 또는 관행을 토대로 하고 있고, 제사ㆍ숭경의 대상인 ‘분묘’의 특수성 등을 감안하면, 소유권 절대의 사상만을 이유로 이를 전체 법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정당성 또는 합리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대법원은 일찍이 분묘는 조상의 유체 등을 안장한 장소이므로 자손은 물론이고 타인이라도 그 존엄성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1959. 10. 8. 선고 4291민상770 판결 참조), 분묘 소재지 임야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분묘 소유자에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을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79. 2. 13. 선고 78다2338 판결 참조).

한편 형법은 제2편 각칙 제12장 ‘신앙에 관한 죄’에서 분묘발굴죄(제160조)를 규정하고 있어 분묘에 대한 침해는 범죄행위로 구정하고 있다. 또 분묘기지권으로 토지 소유자의 권리가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분묘 연고자는 시효에 의하여 그 토지 위에 지상권 유사의 물권을 취득할 뿐,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고(대법원 1969. 1. 28. 선고 68다1927, 1928 판결 등 참조), 분묘의 보존 ㆍ 관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타인의 토지를 점유하는 것이므로, 점유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추정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7. 3. 28. 선고 97다3651, 366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소유권 시효취득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이 상실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기 위해서는 법률상 용인될 수 없는 강포(强暴)행위를 쓰지 아니한 ‘평온’한 점유와 은비(隱秘)의 점유가 아닌 ‘공연’한 점유를 요구하므로(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다.14036 판결 등 참조), 법률상 용인할 수 없는 방법으로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인정되지 않는다. 게다가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분묘의 확장이나 석물 등의 설치 또는 분묘 전면의 석축 공사 등은 허용되지 않고( 대법원 1993. 7. 16. 선고 93다210 판결대법원 1994. 4. 12. 선고 92다54944 판결 등 참조), 기존의 분묘 외에 새로운 분묘를 신설할 권능도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1997. 5. 23. 선고 95다29086, 29093 판결 등 참조).

관습법은 성문법과 달리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사회규범이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 강행되기에 이른 것인 만큼, 사회 구성원들이 법적 확신을 잃어 관습법의 법적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관습조사 등 실증적인 자료에 근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기록상 2001. 1. 13. 장사법(법률 제6158호)이 시행될 무렵 매장문화 등을 토대로 한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이 소멸하였거나 관행이 본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관습법에 대하여 그 법적 효력의 유무에 대한 심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법적 효력을 부정하게 되면 기존의 관습법에 따라 수십 년 형성된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효력이 일시에 뒤흔들려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크다. 또 시효취득기간의 경과로 취득시효가 완성되어 성립한 분묘기지권을 소급하여 소멸시킴으로써 시효취득이라는 규범에 대한 법적 안정성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초한 당사자의 신뢰보호를 깨뜨리는 결과로 분묘의 이장 및 개장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전통적 사고방식에 의하면 분묘는 단순한 공작물이 아니라 조상의 영혼이 깃든 정신적 장소이고, 망자에 대한 슬픔과 존경 그 밖의 기억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숭모의 장소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려 이러한 관습법이 형성되었다. 국가에서 장사법의 입법으로도 이러한 의식을 쉽게 바꾸기 힘들다는 것은 여러 차례 개정하고 있는 점으로 알 수 있다. 분묘란 한갓 공작물과 단순 비교하여서는 아니 되는 정신적

가치를 가진 신성한 장소로서 조상의 숨결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 아직은 토지의 경제적 가치와 효율성으로 이러한 관습이 없어져버렸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긍정설의 입장이다.

  나. 장묘법의 내용

(1)  부정설

일제강점기에 공포되어 묘지에 관하여 최초로 규율한 ‘묘지, 화장장, 매장 및 화장취체규칙'(1961. 12. 5. 법률 제799호 매장 등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취체규칙”)은 묘지의 신설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타인의 묘지 또는 묘지 이외의 장소에 함부로 사체를 매장한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묘지에 관한 풍기문란과 위생 저해를 단속하려는 행정목적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대법원 1955. 9. 29. 선고 4288민상210 판결, 대법원 1973. 2. 26. 선고 72다2464 판결참조), 타인의 소유 토지에 함부로 사체를 매장하는 것이 범죄행위임도 명확히 선언하고 있다.

1962. 1. 1. 민법시행 후 시행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1968. 12. 31. 법률 제2069호로 ‘매장법‘이라 한다)에는 매장은 묘지 외의 구역에서는 할 수 없고, 타인의 묘지에는 승낙서를 받지 아니하면 매장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제4조 제1항, 제4항), 이의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한다고 규정하였다(제19조 제1호), 또 도지사 등은 묘지 이외의 토지 또는 소유자의 승낙 없이 매장한 시체 등에 대하여는 공고 후 개장을 명할 수 있고(제16조 제1항), 무연고 분묘에 대하여는 토지 소유자도 허가 받고 개장할 수 있다 (제16조 제2항). 이후 2001. 1. 13.부터 장사법(법률 제6158호)을 시행하면서 화장과 납골을 장려하였다(제4조 제1항, 제2항). 특히 분묘의 설치기간도 장사법(법률 제6158호)은 15년으로 3회에 한하여(제17조 제1항, 제2항), 2015. 12. 29. 장사법(법률 제13660호)은 30년으로 1회에 한해 연장하도록 제한하였다(제19조 제1항, 제2항)

또 2001. 1. 13.부터 시행된 장사법(법률 제6158호)은 묘지 설치자 또는 연고자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할 수 없고,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에 대하여는 허가를 받아 매장된 시체 등을 개장할 수 있고(제23조 제1항), 장사법 시행 후에 설치된 분묘의 연고자는 토지 사용권 기타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3조 제3항, 부칙 제2조). 이는 공법적 규제에 한정되어 있던 종래 법제와 달리 토지소유자와 분묘 연고자 사이의 사법(私法)적 관계에 대하여도 규정함으로써 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이러한 장사법 이전에도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하여 분묘를 설치하는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은 이미 매장법에 의하여 약 40년간 확인되어 왔다. 그럼에도 이러한 위법한 행위(동의 없이 타인의 토지에 분묘 설치)에 기하여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점유가 지속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것은 전체 법질서와 조화될 만한 정당성과 합리성을 갖추기 어려우므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은 인정할 수 없다.

(2)  긍정설

 ‘매장법’을 전부 개정하여 2001. 1. 13.부터 시행된 장사법에 분묘의 설치기간을 제한하고,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토지 소유자가 이를 개장하는 경우 분묘의 연고자는 당해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 기타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제23조 제3항), 그 적용시기는 법 시행(2001. 1. 13.) 후 최초로 설치되는 분묘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였다(부칙 제2조). 2008. 5. 26. 개정 시행된 장사법(법률 제8489호)에도 개정 전 장사법(법률 제6158호) 시행일인 2001. 1. 13. 이후 설치된 분묘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고(부칙 제2조 제2항). 이는 2015. 12. 29. 개정, 시행된 장사법(법률 제13660호)에도 동일하다.

따라서 장사법(법률 제6158호)의 2001. 1. 13.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한 분묘기지권의 존립 근거가 장사법의 시행으로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다53377 판결 참조). 이는 2001. 1. 13.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는 분묘기지권 내지 그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관습에 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에 변화나 소멸이 없었다는 방증도 된다. 이러한 장사법의 입법태도는 법시행 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한 규제로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것으로 보일 뿐, 당시까지 인정되어 온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을 일거에 폐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렇다면 2001. 1. 13. 장사법(법률 제6158호) 시행 전에 이미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그동안 인정되어 온 관습법에 의한 분묘기지권이나 그 취득시효가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 어렵고, 장사법의 시행만으로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의 변화 또는 소멸을 인정할 만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 법체계상 문제

     (1)  부정설

 의용민법이 적용되던 시기를 벗어나 1960. 1. 1. 근대 민법이 시행되어,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과 사적 자치의 원칙 등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헌법 제23조 제1항 전문 및 제119조 제1항은 사유재산제도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헌법 정신이 민법에 반영되었다.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의 취득 시효에 관하여 민법 제248조는 “전3조의 규정은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의 취득에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민법 제245조 제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라고 규정하여 재산권인 부동산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92헌바20 결정 등 참조).

민법 제186조는 의용민법과는 달리 법률행위에 의한 부동산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라는 공시방법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그 효력이 생긴다는 ‘형식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등기법으로 공시제도도 점차 정비되었다. ‘형식주의’를 채택한 현행 민법하에서는 등기와 같이 확실한 공시방법이 없는 부동산 물권의 인정에 매우 신중해야 하고, 등기된 소유자가 있음에도 그 의사에 반하여 소유권이나 소유권 외의 재산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면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에 점유자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증명할 책임은 없다. 1997년가지 대법원은 이러한 소유의 의사의 추정을 이유로 타인 소유의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한 경우에도 자주 점유를 인정해 왔다. 그렇지만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여, 점유자의 점유의 성격(자주점유, 타주점유)은 점유자의 내심의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졌다고 판시하여, 악의의 무단점유자의 점유취득시효를 부정하였다.

그리고 타인의 토지에 관하여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를 위한 지상권의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려면 그 토지의 점유사실 외에도 그것이 임대차나 사용대차관계에 기한 것이 아니라 지상권자로서의 점유에 해당함이 객관적으로 표시되고 계속되어야 한다. 그에 대

한 증명책임은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으며, 그와 같은 요건은 당사자 간의 관계, 토지의 이용상태 등을 종합하여 그 점유가 지상권자로서의 점유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실질이 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한다(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7984 판결 등 참조).

위 전원합의체판결(95다28625 판결)이 선고된 후에는 무단점유에 의한 소유권의 시효취득을 부정하게 되었고 다른 재산권의 시효취득에 관하여도 마찬가지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타인 토지에 승낙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무단으로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한다는 실질이나 그에 따른 점유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무단으로 설치한 분묘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재산권의 시효취득과는 그 요건이 다른 시효취득제도를 인정하는 셈이다.

 비록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관습의 하나로 인정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관습법상의 분묘기지권에 근대적인 취득시효제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이 소유자의 승낙 및 소유자와의 약정에 의하여 그 성립 및 내용이 정해 지는데, 무단 설치 분묘의 경우에는 소유자와의 약정이 부존재하고 더욱이 그러한 외형 자체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이 성립할 기초가 없는 무단 설치 분묘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은 불가능하고, 이를 허용하는 종전의 관습은 민법의 시효취득제도와 조화되지 아니한다. 그동안 사실상의 분묘기지 점유만으로 시효취득제도를 인정한 것을 분묘 설치과정에서 근거자료를 갖추지 아니하여 그 증명이 쉽지 아니함을 고려한 것이다. 결국 이는 그 승낙의 존재 여부에 관한 사실인정 내지는 의사표시의 해석의 문제이다.

20년 이상 평온, 공연하게 점유가 계속되었거나 분묘가 존속한 사정은 분묘설치 무렵에 토지 소유자의 명시적, 묵시적인 동의나 승낙을 받았을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상당한 근거가 된다. 그렇지만 악의의 무단점유로 밝혀진다면 이를 보호할 필요성은 없을 것이며, 그에 기초한 시효취득을 부정함이 타당하다. 민법이 인정하는 다른 재산권의 시효취득제도의 범위와 한계 내에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허용하는 것이 전체의 시효취득제도 법질서에 부합할 것이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민법의 지상권에 관한 규정에 따를 것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며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이 존속한다고 해석하고(대법원 1982. 1. 26. 선고 81다.122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다44114 판결 등 참조), 지상권에서 지료의 지급은 약정이 없는 이상 지급을 구할 수 없음에 비추어 보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는 경우에도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참조).

그런데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없음에도 20년간 평온, 공연한 점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실상 영구적이고 무상(無儀)인 분묘기지권의 시효추득을 인정하는 것은 토지소유자의 아무런 관여나 귀책사유 없이 토지 소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아무런 보상조차 허용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있다.

특히 2001. 1. 13. 장사법(법률 제6158호)의 시행 무렵 앞에서 본 것처럼 무단으로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는 분묘 연고자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토지 사용권 등의 권리 주장이 완전히 배제된다고 규정하였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무단 설치 분묘에 대한 분묘기지권의 성립 내지는 시효취득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로써 종전의 관습은 더 이상 존속하지 못하고 폐지되어, 법적 확신의 실질적인 소멸이 장사법의 입법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없이 무단으로 설치한 분묘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허용하는 것이 과거에 임아 등 토지의 소유권이 확립되지 않았던 시대의 매장문화를 반영하여 인정되었던 관습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관습은 적어도 소유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위 전원합의체판결이 이루어지고 2001. 1. 13. 장사법(법률 제6158호)이 시행될 무렵에는 위에서 살펴본 재산권에 관한 헌법 규정이나 소유권의 내용과 취득시효의 요건에 관한 민법 규정, 장사법의 규율 내용 등을 포함하여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어 정당성과 합리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부동산 소유권의 취득시효에서 부동산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응하여, 분묘 설치자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분묘기지권자로 서 점유를 한다는 의사도 필요하다. 따라서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무단으로 분묘를 설치한 경우, 즉 악의의 무단점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기지권자로서 점유를 한다는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결론은 재산권의 헌법적 보장, 소유권과 취득시효에 관한 민법 규정, 장사법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현재의 관점에 맞게 묘지이용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합리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으로 생기는 문제는 악의의 무단점유에 관한 증명책임의 분배 등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남기기